재단 소식
[민들레(72호)] 추모제 사회를 봤습니다 (추모졔)
노회찬 7주기 추모제
추모제 사회를 봤습니다.
-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마석 모란 공원묘지에서 노회찬 의원 7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사회를 봤습니다.
며칠 전부터 고심했습니다. 이제는 비통함에서 조금은 벗어난 추모제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노회찬을 추모하는 자리가, 노회찬처럼 유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재단에서 사회를 저에게 맡긴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짐작했습니다.
만 명이 아니라 만인이 평등한 나라. 7주기 슬로건입니다.
추모제가 이 슬로건에 어울리도록, 두 가지를 신경 썼습니다. 하나는, 추모제 자리도 모두가 평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또 하나는, 절제하되 위트 있게 진행하자는 것.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예를 갖춰주시거나,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민중의례를 안내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흔히 이 순간에 말하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나 “일어설 수 있는 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보다 낫겠다 싶었습니다.
수어통역사가 ‘석남꽃’을 통역하기 위해 한참 동안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은, ‘소연가’ 속 가사 ‘석남꽃’을 처음 듣는 사람과, 늘 사회자 옆에 서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수어통역 노동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었습니다.
추모사 전에 “진행지에 ‘각 2분씩 발언’이라는 강렬한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 첫 추모발언자였던 권영국 대표에게 “권영국 대표님의 발언은...4분23초였습니다.”라고 하고, 김혜경 고문 발언 후 "김혜경 고문께서 '1분 안 넘었지?'라고, 발언 시작하신 지 2분 3초 만에 저에게 물으셨습니다."라고 한 것은 저로서는 ’절제 속 위트‘ 였습니다.
신장식 의원이 전한 노회찬 의원의 말 “권력에서 멀수록 쉬는 날이 많아진다.”에 대해 “요즘 어쩐지 제가 쉬는 날이 많았는데, 이유를 알았습니다.”라고 한 것도 역시 위트였고 효과만점이었지만, 심상정 전 의원을 비롯한 고문단 분들은 오히려 심각한 표정을 지어 살짝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추모제 후 많은 분들이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다들 와서 칭찬해주셨고, 앞으로 추모제는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지선 여사님은 추모제를 마치고 나면 늘 아프셨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렇게 된 것, 아마도 천재지변이 없는 한 내년 사회도 제가 볼 것 같습니다. 남은 1년, 오직 이 일의 준비에 몰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