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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81)] 노회찬의집 개관(이주민과의 대화) 이웃들과 더 넓고 더 단단하게 손을 맞잡는 일

재단활동 2026. 05. 06





이웃들과 더 넓고 더 단단하게 손을 맞잡는 일
창신동 이주민과의 대화 : 국경을 넘은 삶의 이야기 진행 후기

- 오진아(노회찬재단 이사, 소셜디자이너두잉 대표)



서울 동대문역 3번 출구를 나와 걷다 보면 네팔어나 베트남어로 된 간판과 홍보물을 부착한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골목시장으로 들어서면 아시아 식자재 마트를 비롯해 네팔, 인도, 베트남 음식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 상점과 식당은 이주민들의 일터이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종로구 창신동은 전통적으로 한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1970년대 동대문 평화시장의 팽창으로 작은 봉제공장들이 창신동 골목과 다세대주택으로 스며들었다. 가장 활성화되었을 때는 3,000여개의 봉제공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전태일과 그의 친구들이 하던 일을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현재 종로구에 사는 이주민 수는 13,229명으로 중국, 베트남, 네팔 출신이 가장 많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 유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혜화동을 제외하면 동대문역에서부터 동묘앞역 일대를 아우르는 창신1동, 창신2동, 숭인2동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서울시, 외국인주민통계, 2024년 기준). 이들은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 이웃들을 노회찬의집 6411에 초대하기로 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창신동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노회찬의집 6411이 이주민 이웃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서 첫 발을 뗀 자리였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참여성노동복지터 등 오랫동안 이곳에 사는 이주민들을 지원해온 단체들의 도움으로 20여명의 이주민들이 모였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이주여성들을 위해 2층에 놀이방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돌봄선생님 한분과 노회찬재단의 박미리 부장이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을 돌보았다.

서울시민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듯 이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네팔, 베트남, 브라질 등 출신국이 달랐고, 한국에 온 이유도 달랐고, 하고 있는 일도 달랐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을 한자리에 초대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언어다. 한국어가 능숙한 분들도 있지만 아직 서툰 분들도 있을테니 만국 공통어인 ‘몸’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일단 모두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보자고 했다. 새 터전에서 지신밟기를 하듯 한발 한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함께 빌었다. 걸으며 한명 한명과 마주하며 눈으로만 인사를 나눴다. 주먹을 가볍게 쥔 채로 코로나 때 익숙했던 주먹인사도 나눴다.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동안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음식’만큼 낯선 이들을 쉽게 연결해주는 것도 없다. 가까이에 있는 세명씩 모여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에 대해 서로 말한 뒤 흩어져서 자신과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도록 했다. 갑자기 “김치찌개! 김치찌개!” “족발!” “삼겹살에 소주!” 등을 외치는 소리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 음식 이름을 외치며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졌다. 음식별로 자연스럽게 팀이 만들어졌다. 팀별로 음식 소개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떠나온 나라는 각자 달랐지만 “삼겹살에 소주”가 이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그리고 암전. 노회찬의집 6411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을 함께 보았다. 조동진 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노회찬과 노회찬의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참석자들은 아직 노회찬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를지라도, 이곳이 한 사람을 위한 집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공감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노회찬의집을 구석구석 탐색해보는 ‘노회찬의집 빙고 퀘스트’ 시간. 다시 세명씩 팀을 만들고 빙고판을 나눠드렸다. 빙고판에는 와이파이, 커피머신, 즉석라면 조리기, 6411버스 조형물, 6411버스 그림책, 기부자의벽 사진이 있다. 팀별로 이 사진이 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 있는 스티커를 빙고판에 붙여오는 게임이다. 팀별로 분주하게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내리며 회의실과 탕비실 안까지 구석구석 살폈다. 곳곳에 붙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아 적는가 하면 정원에 나간 팀들은 기부자의벽 옆에 붙은 스티커를 쉽게 찾았다. 그렇게 해서 모든 팀이 퀘스트를 완료했고 참석자 전원에게 6411버스가 그려진 에코백이 선물로 주어졌다.  


“이 버스의 새벽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왜 노회찬은 그들의 편에 서고자 했는지,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회찬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곳은 그런 노회찬을 기억하고 그가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의 ‘집’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언제든 와서 편히 쉬고 모일 수 있는 공간,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커피와 라면이 있으니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이곳에서 어떤 걸 해보고 싶으세요?” 한국어 공부, 영화 보기, 그림 그리기, 노조 모임, 캠프, 다양한 문화교류, 바베큐 파티, 전통춤 배우기, 아이들 정원 체험, 체스 같은 게임하며 여유로운 시간 보내기 등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노회찬의집 6411이 이주민들의 편안한 아지트이자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연대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이웃들과 더 넓고 더 단단하게 손을 맞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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